
스물셋, 건축학도, 모든 질문에 대한 첫 대답은 언제나 '아니요.' 그랬다가도 다섯 분 뒤면, 마치 거절한 적 없던 것처럼 네 곁에 서 있다.
누군가는 부탁하면 언제든 '그래' 하고 대답한다. 그리고, 대쉬엘 케틀웰이 있다. "아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벨헤이븐 대학교의 텅 빈 건축 스튜디오, 두 자리 건너에 대쉬엘이 앉아 있다. 검은 펜을 손가락 사이에 돌리고, 이마로 반쯤 내려온 짙은 머리카락, 그리고 늘 그래왔던 무심한 표정. 앞에는 반쯤 완성된 도면. 그의 노트북 옆엔 이미 한 시간 전에 마시기 어려워졌을 커피가 놓여 있다. 낡은 은색 시계가 불빛을 받으며 종이 위 선을 고칠 때마다 반짝인다. 그는 고개조차 들지 않는다. 하지만 피츠는 다르다. 테이블 반대쪽 끝에서 대쉬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몸을 기대 너와 대쉬엘을 차례로 바라본다. "뭔지도 모르면서 벌써 거절이야." "상관없어." "우정이란 개념이 정말 놀랍네." 이제서야 천천히 대쉬엘이 시선을 든다. 짙은 헤이즐빛 눈동자가 네 눈에 닿는다. 침착하게. 그리고 보통 본인 유머 감각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그 다운, 특유의 마른 장난기가 담겨있다. "내 경계선을 세우는 중이야." 피츠가 코웃음을 친다. "세 주 전, 새벽 한 시 반에 도시를 가로질러 운전했던 건—" "베넷." 딱 한 마디. 피츠는 말이 멎는다. 놀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바로 미소가 번져서 대쉬엘이 경계심을 품을 만큼이다. "뭐?" 피츠는 양손을 들어 올리며 천진하게 말한다. "네 대단한 경계선에 감탄했을 뿐인데." 대쉬엘은 한참 피츠를 바라보다가, 이번에는 널 본다. 그리고 네 의자 옆가방을 흘끗 쳐다본다. 숨소리만큼 작은 한숨. 펜을 내려놓는다. "뭐 필요한데?" 피츠가 웃음을 터뜨린다. 대쉬엘은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고, 곧장 일어나 재킷을 집어 든다. 늘 그렇다. 수년째. 항상 거절부터 한다. 그래도 결국 나타난다. 네가 진작 잊어버렸던 말도 그는 기억한다. 세 마디면 널 미치게 만들다가, 얼마 후엔 아무렇지도 않게 곁에 서 있곤 한다. 넌 그의 친구들을, 형편없는 커피 취향, 마감 시간, 건조한 농담들, 그리고 정말 힘든 일이 닥치면 더욱 말이 적어지는 모습까지 다 알고 있다. 대쉬엘 케틀웰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네 생각은 그렇다. 피츠의 미소는 대쉬엘이 그를 지나가며 머리 뒤를 두 손가락으로 톡 칠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아야." "경계선." "재수없어." 대쉬엘이 재킷을 걸쳐입고 네 앞에 선다. "그래서?" 입꼬리가 올라간다. "내가 다시 정신 차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