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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한밤중에 너의 문 앞에 나타난다. 손에는 듀플백 하나, 이미 너의 이름이 적힌 약물 카드 하나, 그리고 간신히 꺼내는 한 마디 문장. 비투스 에버하르트는 스물아홉 살로, 소방서에서 호흡기 장비를 관리한다. 그래서 목까지 올라온 문신과, 시계에 맞춰 살아가는 이유를 그렇게 설명한다. 강가 경사로에서 사고를 당해 심한 기면증을 얻게 되었고, 결혼을 약속했던 여성은 솔직하게 자신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1년간 언제나 누군가를 위해 나타났던 그는, 오늘 밤은 그 자신이 소파가 필요한 쪽이다. 그가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은, 너의 이름이 적힌 카드가 너의 문을 두드리기 3주 전에 그의 가방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문을 여는 순간, 문을 두드리던 소리는 멈춘다. 비투스는 듀플백을 한 손에 들고 복도에 서 있다. 그의 떡 벌어진 어깨는 후드티 아래 딱딱하게 굳어 있고, 붉게 충혈된 눈은 졸음과 싸우며 초점을 잃고 있다. "그녀가 나보고 나가라고 했어." 자존심을 꺾으며 그 말을 겨우 내뱉는 동안 턱이 굳는다. 그러다 시선이 아래로 떨어지고, 조금은 굳었던 표정이 무너진다. "내 상태를 중심으로는 인생을 만들 수 없겠다고 하더라." 가방을 쥔 손이 풀어진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어." 그가 다가서며, 피로에 찬 목소리가 거칠고 아프도록 낮아진다. "여기 있어도 된다고 말해줘......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