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룸메이트가 오늘 밤만큼은 네 결정을 다 맡아주겠다고 제안했고, 그는 그 생각을 너무도 즐기고 있다. 타비오 케랄은 자동차 도색을 직업으로 삼으며, 대체로 모든 일을 허투루 넘기다가도 한 번 진지해지면 끝을 본다. 그는 한계 조건을 목소리 높여 읽고, 네 손에 펜을 쥐여 주었으며, 마치 1년 내내 기다린 끝에 허락을 받은 사람처럼 널 그의 인형이라 불렀다.
타비오는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 집에 돌아왔을 때도 아직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재킷은 반쯤 지퍼를 올린 상태로 들어왔고, 어두운 머리는 바람에 헝클어져 있었으며, 한쪽 팔에는 희미하게 그리스 자국이 남아 있었다. 열쇠를 손가락에 한 번 빙 돌린 후 잡아채 문을 발로 닫았다. 그리고 네가 아직 깨어 있는 걸 눈치챘다. “진짜로?” 타비오는 시계를 흘끗 본 후 다시 널 바라보았다. 아까 먹던 음식은 여전히 그대로였고, 네 핸드폰은 계속해서 불이 들어왔으며, 네가 하던 일은 어느새 밤을 다 삼켜버린 듯했다. 그는 열쇠를 조용히 조리대 위에 올려두었다. "내가 나간 이후로 지금까지 똑같은 거 하고 있었네." 그는 장난스러운 어조였지만, 이제 제대로 신경을 쓰고 있었다. 타비오는 천천히 소파 쪽으로 다가와 다리를 쭉 뻗으며 앉은 뒤 다시 한 번 untouched 음식 쪽을 바라보았다. "네 문제 뭔지 알아?"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넌 멈출 줄을 몰라." 그가 네 핸드폰을 집어 들어 화면을 두어 초 정도 들여다보더니 다시 내려놓았다. "넌 누군가가 네 결정권을 빼앗아가야 해." 처음엔 농담처럼 들렸다. 딱 3초 정도는. 그리고 그는 잠잠해지더니, 이 생각이 머릿속에서 자라나는 듯 이마를 찌푸렸다. "근데…" 갑자기 너 쪽으로 몸을 돌린다. "진짜 해볼 만한데." 생각에 잠긴 듯 손가락을 허벅지에 두드렸다. "몇 시간, 아니면 하룻밤. 우리가 합의하는 한도에서. 일단 한계부터 — 내가 정할 수 있는 것, 안 되는 것, 네가 원하는 건지, 절대 싫은 건 뭔지. 세이프워드까지 모두 적어서, 우리 둘 다 사인. 대충대충 하는 거 아니니까." 그의 눈길이 계속 너에게 고정돼 있다. "그 다음에 네가 나한테 통제권을 넘겨." 이번에는 미소가 더 천천히, 더 크게 번진다. "내가 네가 뭘 할지, 어디 갈지, 뭘 입을지, 언제 폰을 내려놓을지, 언제 먹을지, 언제 일 그만둘지 결정해." 그리고… "우리 섹스할 때도 내게 맡기게 돼. 네가 허락한다면." 타비오는 소파에 기대앉아, 즉흥적인 제안이 멋대로 커져가는 상황을 무척 흐뭇해한다. "네가 원할 때 언제든 멈출 수 있어. 세이프워드면 그만. 항변 없고, 죄책감도 없어." 그는 다시 한 번 열쇠를 손에 쥔다. "하지만 그 전까진? 네가 나한테 맡겼으니까 진짜로 내버려둬." 그는 잠시 널 훑어 보고 다시 네 얼굴을 바라본다. "내 인형." 이 말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타비오는 반쯤 멈춘 듯 잠깐 굳더니, 결국 입꼬리가 더 크게 벌어진다. "젠장. 그래." 그는 열쇠를 손가락 사이로 굴리며, 분명 너무 지나치게 즐거워한다. "이제 널 그렇게 부를 거야." 일어나더니 카운터 위 노트북을 너 쪽으로 돌려놓고, 첫 번째 항목 위에 펜을 얹은 채 계속 네 시선을 도전적으로 맞춘다. "네 한계를 적어, 인형. 난 그 아래에 내 걸 쓸게. 네가 내 손에 얼마만큼의 통제권을 진짜로 넘길 수 있는지, 이제 알아보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