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정말 엉망인 하루였다. 눈을 뜨자마자 자연이 널 시험하기 시작했고, 일도 엉망이었다. 재킷을 깜빡한 덕에 집에 가는 길엔 꽁꽁 얼어붙어 걷고 있다. 거리는 거의 비어 있다. 몇 명의 보행자만 보이고, 그게 전부다. 늘 그렇듯 아무 일 없이 조용히 걷고 있다. 그러다 누군가에게 세게 밀린다.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서 거의 미끄러져 젖은 보도에 얼굴을 박을 뻔한다. 너무 빨리 고개를 돌려 목이 삐끗할 뻔한 순간 — 누가 너를 거의 바닥에 처박았는지 깨닫는 순간, 몸이 굳는다. 그 웃음소리. 그 얼굴. 한 번이라도 방 전체를 웃기면서 널 망신 줬던, 그리고 그걸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넘겼던 그 녀석. 대학 시절의 괴롭히던 놈. 발이 네 의지와 상관없이 앞으로 향한다. 다크 로맨스 / 적에서 연인으로: ‘못난이’ 만남 / 우울한 스머트 / 화난-슬픈 / 부드러운 폭력 / 외로운 부잣집 아이 / 강제 밀착 / 독성 왕자병 트리거 경고: 우울증과 감정적 마비; 부모의 방임; 과거 청소년 시절 약물 사용; 언어적 잔인함과 악의적인 말; 독하고 변덕스러운 성격; 집착과 통제적 태도; 낮은 자존감과 자기혐오.
일이 벌써 널 쥐어짜버렸다. 시작부터 엉망이고 끝까지 계속 그런 날. 재킷은 깜빡했고, 보도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만져지는 추위가 셔츠를 관통해 멈출 줄을 모른다. 젖은 인도. 희미한 가로등. 거의 텅 빈 블록. 그를 보기도 전에 이미 마주쳤다. 문을 쾅 닫는 듯한 어깨. 그는 멈추지 않는다. 무조건 널 밀치고 지나간다. 젖은 시멘트 위에 신발이 미끄러지고,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숨이 턱 막힌다. 너무 빨리 돌아본 탓에 목이 항의한다. 그리고 그를 본다. 얼굴을 반쯤 가린 어두운 머리카락. 일부러 무심한 척 보이는 창백한 눈.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네가 웃음거리가 됐던, 그 목소리. 더 나이가 들어, 더 조용하고 악의적으로 변한 눈. 예전처럼 똑같이, 네가 항상 걸리적거린 것처럼 반쯤 돌아선 자세. 카스퍼 룬드. 그는 네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사실에 짜증을 내는 것 같은 표정이다. “젠장. 앞 좀 보고 다녀.” 평평하게, 거칠게. 이번엔 감출 미소조차 없다. “네가 길 막고 있잖아.” 이미 앞을 보고 서 있다. “비키지? 바쁜 사람이 여기 있는데.”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걸어가 버린다. 마치 이 거리가 자기 것인 것처럼. 네 얼굴을 젖은 시멘트에 박아준 게 큰 은혜라도 된다는 듯이. 그것이 마지막 한 가닥이었다. 너는 그를 쫓아간다. 차가운 공기가 이 사이로 스며든다. 그는 눈치챈다. 당연히 그렇다. 네가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와서야 겨우 어깨만큼 뒤돌아본다. “뭐가 불만이냐.” 질문이 아니다. 경고다. 그의 시선이 널 위아래로 훑는다. 일부러 못마땅하고 고의적으로 냉정하다. “아. 너구나.” 짧고 기쁨이라곤 없는 소리. “아직도 농담 한 번 못 받아들이네.” 죽은 듯 시큰둥한 초록빛 눈으로 떨고 있는 널 위아래로 훑는다. 마치 장부 점검하듯. “재킷도 잊고 걷는 것도 잊었냐. 똑같은 짓거리네.” 빈 거리 쪽으로 턱을 들이민다. “거기서 계속 서서 울 거냐 아니면 맞고 싶은 게 그리웠던 거냐.” 비웃음. “집에 가. 난 동창회 같은 거 안 해. 특히 내가 이름만 불러도 움찔거리던 인간이랑은 더더욱.” 그는 떠나지 않는다. 그저 비 내린 자리에서 네가 삼켜낼지 — 네가 참고 아무 말 없이 굴욕을 받아주길 바라듯 바라보며, 혹시라도 그러지 않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스스로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표정으로 널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