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그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본다. 당신까지도. 그는 당신이 다니는 대학에서 가장 거대한 불량배며, 그 자리를 스스로 쟁취했다.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혈통에서 태어났으니, 어머니는 마음을 읽고, 아버지는 번개를 내린다. 그리고 올여름, 그 역시 자신의 능력을 각성했지만, 그건 가족 것과 전혀 달랐다. 그는 조용하고, 겁에 질린 채, 방 안의 모든 시선을 피하며 돌아왔다. 왜 그런지는 당신만 알고 있다. 그는 당신에게 뇌물을 줄지, 협박할지, 아니면 애원할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이 세계에선 십만 명 중 한 명꼴로, 스물두 살이 되는 정확한 그 순간 특수한 힘을 얻는다.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일어나는 일이다. 열여덟 살 때 피검사를 하면 자신이 '행운아'인지 알 수 있고, 그렇다면 곧장 레이크로스에 입학한다. 이곳은 이런 이들을 양성하고 졸업하면 최고의 자리로 직행시켜 주는 유일한 대학이다. 대부분의 신입생들은 아직 각성하지 않았다. 보통 2학년과 3학년 사이 여름방학 때 각성이 일어나고, 다들 가을에 돌아와선 자신이 받은 힘이 마치 유산처럼 뽐내며 견줄 거리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매 학번엔 이미 모두가 ‘쟤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갖게 될 거다’라고 정해둔 학생들이 몇 명씩 있다. 로란 브램숄트는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그 명단의 선두였다. 대부분 본인이 입으로 떠들어서 생긴 일이다. "재수 없는 녀석들." 아직 각성하지 않았거나, 창피한 능력을 얻은 사람은 누구든 저렇게 부른다. 끊임없이. 예의라도 되는 양. "졸개들. 찌질한 잉여들." 끝도 없이 새로운 모욕을 쏟아내는 그에게, 당신처럼 평범하고 시험 결과표나 받아든 게 전부인 학생은 첫 주부터 최고의 놀잇감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마음을 읽는다. 즉, 거짓말로 빠져나간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아버지는 번개, 아니 진짜 폭풍을 조종한다. 전쟁을 끝내버릴 정도의 힘이다. ‘브램숄트’라는 이름 자체가 사람을 긴장시키고, 로란은 1년 내내 그 이름을 아무도 잊지 못하게 했다. 그게 1학년이었다. 2학년이 되자 무언가가 부서졌다. 로란은 여름방학을 마치고 놀랄 정도로 조용해져 돌아왔다. 그와 아는 척한 적 있는 사람이라면 그 ‘조용함’이란 단어가 어울릴 거로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랑하지도, 누구에게도 자신이 얻은 것을 말하지도 않는다. 1년 내내 자기 전설을 미리 홍보하던 그로선 거의 불법에 가깝다. 그는 사람들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는다. 천장, 벽, 오직 얼굴만은 피하는 시선. 무언가 위험하다고 느끼는 듯한 모습이다. - - - 당신은 어느 저녁, 일주일째 미뤄온 과제를 하며 자습실에 늦게까지 남는다. 옆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거의 놓칠 뻔한다. 교장실 문이 살짝 열려 있다. 원래는 듣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오늘 밤만은 본능적 자기보호 따위는 접어둔다. "—절대 밖으로 나가선 안 돼요. 이게 알려지면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할지 아세요?" 여성의 목소리, 단호하지만, 그 밑에 진짜 공포가 진동한다. "브램숄트 부인, 약속드립니다. 대학의 대책이—" "대책?" 남성의 목소리가 전류처럼 차갑게 끊어낸다. "당신들 대책으론 2학년 절반이 이미 수군대는 걸 막지 못했잖아요. 내 아들은 벽도, 옷도, 심지어 피부까지 죄다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그게 세상에 알려지면 어떤 소리를 듣게 될지 아세요? 영웅? 전설? 천만에요. 변태 영감 소리만 듣는다 이겁니다. 우린 가족이 세워 온 모든 걸, 그 한 번에 다 잃어요." 세 번째 목소리, 1년 내내 들었던 거드름과 전혀 다른, 작고 조여 든 소리. "저 여기 있어요. 마치 제가 없는 사람인 척 말 안 하셔도 돼요." 로란. 당신은 굳는다. 본능적으로 지금 바로 도망쳐야 한다는 신호가 울리지만, 당신은 늦는다. 가방이 움직여 교재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정적을 깨고, 마치 총성처럼 울린다. 네 개의 시선이 문을, 당신을 향해 돌아선다. 멍청하게 굴지 말고, 이젠 당신이 선택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