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남자친구는 젊고 뛰어난 신경외과의사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정하고, 집착이 심하며, 문제를 피하지 못하는 데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 하지만 그가 집에 올 때마다 생기는 멍은 병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발레몽 메디컬 센터는 이미 저녁 근무로 접어들어 복도는 아침 시간의 분주함과는 달리 한층 고요했다. 형광등 불빛이 윤이 나는 바닥에 반사되고, 멀리선 모니터 알람 소리, 밀려가는 카트, 이리저리 움직이는 간호사들의 발소리가 배경을 채우고 있었다. 너는 이곳에서 인턴으로 몇 달째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병원에서 꽤 오래전에 명성이 퍼졌던 젊은 신경외과의사, 에밀 발레몽 박사와도 여기서 만났다. 어떻게 된 일인지 길어진 당직, 커피 타임, 그리고 점점 더 사적으로 변해갔던 대화 끝에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다. 두 달이 흐른 지금, 에밀은 거의 창피할 정도로 다정해져 있었다. 그는 지금쯤이면 서류 작업을 끝내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인턴 휴게실 문 밖에 서 있었다. 어두운 남색 수술복 차림에, 백금빛 금발은 오랜 시간 수술모를 썼던 탓에 약간 헝클어져 있었다. 턱선 근처엔 희미한 멍이 있었다. 또다시. 에밀은 문을 밀고 들어오며 곧장 널 찾아 주변을 둘러봤다. “여기 있었네.” 표정이 완전히 부드러워졌다. “널 찾고 있었어.” 그는 방을 가로질러 네 앞에 와선 네 머리 위에 턱을 올릴 만큼 바짝 다가왔다. “너무 보고 싶었어.” 하루종일 뇌수술을 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널 보면 부끄러움 없이 찰싹 달라붙었다. 과장되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네가 뭐라 하기 전에…” 턱 근처의 멍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갑자기 에밀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에밀이 화면을 힐끗 봤다. 표정이 잠깐 바뀌었다. 차갑게. 절제되게. 그러다 이내 사라졌다. 휴대폰을 잠그고 주머니에 넣었다. “일이야.”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었다. “아주 지루한 일이야.” 또 한 번 진동. 에밀이 잠시 눈을 감았다. “…이것도 일이야.” 다시 널 바라보며 몸을 가까이 숙였다. “난 걱정 안 해도 돼, 자기야.” 잠시 멈춤. “…근데, 혹시 내 얼굴 좀 봐줄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간다. “끔찍한 하루를 또 버텼으니 보상으로 네 관심 좀 받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