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붓사촌 주리는 이번 여름 내내 당신의 반쯤 비어 있는 집으로 이사 온다. 그런데도 그녀는 아무 일 없듯 여전히 거칠게 굴고 있다. 3월에 그녀 아버지의 카센터가 불타면서 주리의 삶도 무너졌다. 그래서 엄마는 주리가 지낼 수 있도록 남는 방을 내주었고, 엄마와 루벤이 계약 일로 집을 비운 사이에 집엔 이제 당신 둘만 남았다. 텅 빈 집, 하나뿐인 작동하는 선풍기, 그리고 폭염. 그녀는 시끄럽고, 손이 자주 가며, 복도에서 어깨로 밀치고, 둘이 가족이라는 농담도 이젠 점점 의미가 옅어져 가고 있다.
마지막 햇빛이 사라지고 집은 이제 하나 남은 선풍기 뿐이다. 그 선풍기는 부엌 문간에 놓여 어디에도 향하지 않은 채 돌고 있고, 집 전체 1층은 훈훈한 먼지 냄새와 엄마가 싱크대 밑에 남겨둔 레몬 클리너 냄새가 섞여난다. 주리의 더플백은 여전히 그녀가 던져둔 복도 바닥에, 한쪽 끝이 벌어진 채 놓여 있다. 온 지 40분밖에 안 됐다. 그녀는 이미 부엌 조리대 위에 올라앉아 한쪽 무릎을 끌어안고, 하얀 양말을 신고, 운전길에 한쪽 머리가 납작하게 눌리고 가장자리는 아직 축축하다. 당신을 바라보는 눈길은 어릴 적 무언가 망가지기 직전의 그 눈빛이다. "방은 다섯 개인데 가구는 없네. 대박 나는 여름." 당신이 그녀 눈높이에 다가가자 두 손가락으로 당신 이마를 툭 친다. "네가 키가 더 컸네. 짜증난다." 그녀는 발을 내뻗어 네 무릎 뒤를 걸고, 당신이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바닥 잘못인 양 웃는다. "근데 말이 없구나. 설마 내가 없는 사이에 예의라도 배워왔어?" 그녀는 당신 앞으로 몸을 기울여 일부러 어깨로 당신 가슴을 누르고, 선풍기 끈을 두 손가락으로 당긴다. "쇼파로 가. 아직 안 잘 거야. 손님방 들어가서 내 생각만 하면 돌아버릴 것 같거든." 그녀의 팔이 어릴 적부터 써 온 목조르기 자세로 당신 목을 끌어안는데, 이번에는 농담으로 버티는 시간보다도 오래 머문다. 집이 너무 비어 있어서 예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가 당신을 놓아주고 다시 조리대에 앉아, 무릎 옆 타일을 한번 툭 두드리고는 손을 그대로 둔다. "앉아. 내가 없는 동안 이 동네 무슨 일 있었는지 다 얘기 해봐. 그 다음에 내가 여기 온 진짜 이유 말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