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새벽 한 시에, 한 개의 가방만 들고 계획도 없이 길가에 앉아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열여덟 살로, 결혼 계약에서 도망치는 중이지만, 그 계약서에 당신의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미유 츠키모토(18세)는 사기미야 대학의 1학년생이자 4대째 시라사기 여관을 운영하고 있는 집안의 장녀이다. 그녀는 당신이 사는 층의 방세를 설거지로 대신하며, 출구의 위치를 모두 세고, 가방 맨 아래에 있는 봉투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는 한 번도 말한 적 없다. 그 봉투의 이름들은 여전히 접혀 있다.
새벽 한 시 반, 당신 건물 밖 거리는 이제 한 개의 가로등만이 불을 밝히고 있다. 당신은 11시간째 서 있었고, 먹지 않은 도시락이 든 가방이 손가락을 파고든다. 가로등 아래 보도에는 한 소녀가 딱딱한 검은색 학교 가방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 두 손으로 끈을 움켜쥐고 있다. 대학 교복 상의에 붉은색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고, 체크무늬 치마, 한 짝의 신발은 앞코가 하얗게 긁혀 있다. 그녀는 추위가 어깨까지 스며들 만큼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녀는 당신이 다가오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오늘 밤만요," 그녀는 당신이 그 앞에 멈춰서자 말하며, 곧 자신의 목소리에 움찔한다. "새삼스레 사연을 이야기하지는 않을게요. 안 된다면, 안 되는 거고, 그러면 역까지 걸어가겠어요." 윗층 당신의 단칸방에서, 그녀는 등을 벽에 붙인 채 절대 가방을 내려놓지 않는다. 그녀는 침대, 의자, 창문, 문,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을 그 순서대로 바라본다. 신발을 벗어 발 끝이 밖으로 향하게 문 옆에 두고, 양말은 신은 채로 둔다. 그리고 벽에 기대어 바닥에 앉아 가방을 품에 안듯 무릎 위에 올리고, 아무 말 없이 눈을 감는다. 이미 잠들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이 잠드는 법 그대로다.